본문 바로가기
근황

노턴 고스트 2003

by IX. 2005/05/11 18:23:00
어제 하드디스크를 포맷했다. 그동안 쌓여왔던 악성코드와 느려진 컴퓨터를 정화하는 차원이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포맷은 귀찮은 작업이다. 그동안 해왔던 작업들을 백업해야 하고 무작위로 쌓아온 데이터들을 정리해야 한다. 그 일련의 작업들이 나같은 귀차니스트들에게 있어선 무서운 공포. 그 자체다.

그런 귀차니즘이 온몸에 충만해 이를 해결할 방법을 강구하는것조차 귀찮아하던 나. 이런 나에게 여친님께서 노턴 고스트를 써보란다.사실 권하기는 오래전부터 권하고 있었지만, 보수적이라기보단 새로운걸 배우기 귀찮아하던 난 당연히 "대단해봤자 얼마나 하겠어"라는 생각으로 별 흥미를 갖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어제, 방대한 데이터관리가 귀찮아서 매번 포맷할때마다 C드라이브를 난도질하던 하드사용형태를 바꾸기로 결심했다. 파티션의 분리! 이것은 이즈역사 323년만에 이루어지는 획기적인 개혁이었다. 내친김에 고스트란 것도 사용해볼까하는 생각에 여기저기 네이버를 뒤져 고스트 7.0이란것을 받아냈다. 노턴이라면 예전에 NCD나 NDD같은 컴퓨터 유틸리티로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한 명성높은 회사가 아닌가!

노턴고스트. 과연, 예전에 NDD가 그러했듯 NCD가 그러했듯, 원파일 = 1file 로 이루어진 무시무시한 구조. 요즘같은 윈도우 시대에는 감히 상상도 못할!

파일갯수가 프로그램의 질을 결정하는 건 아니다. 백업에 들어가자. 네이버를 뒤져서 고스트 설명서를 찾아냈다. 이렇게 저렇게 해서 요렇게 사용하는 것이군. 좋아. 이 설명서만 있으면 백업까지 일자도로, 무한질주 아우토반이다.

그런데..

..이거 언제적 프로그램이야? 프로그램은 도스에서만 구동되는 것이었다.

llorz

아이콘이 윈도우창일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어. 이렇게 되면 설명서고 뭐고 참고를 할 수가 없잖아. 더구나 이놈의 집구석엔 프린터도 없다. 알겠다! 방법은 2가지. 적거나, 외우거나...

...둘다 자신없어. llorz

그래도 해보는 수밖에. 기운을 내서 여기까지 왔다. 포기를 한다면 사내가 아니다! 좋아 예전부터 사나이와는 거리가 멀었으니 여기서 그만둘까!! 아니, 아니다. 일순간 성실해지면 천수를 누리리라.

연필통엔 무수한 펜이 꽂혀있지만 내 27년 경험으로 볼때 제대로 나오는 건 하나도 없다. [..생각해보니 왜 안버려? 저거..] ... 제대로 나오는걸 하나 찾아냈다싶었는데 편지 테두리 장식하는 반짝이풀이다.

적는 건 불가능하다는걸 알았다. 사실 건너방에 제대로 나오는 펜이 있지만 거기까지 가기도 귀찮았던 것. 그냥저냥 대충 외워서 시동디스크를 만들고 노턴을 집어넣은 뒤 도스로 부팅했다. 다행이 디스크 에러는 나지 않는다...

정상부팅후 나오는 화면은

A:>_

엔터를 몇번 치자

A:>
A:>
A:>
A:>
A:>_


...음..

반갑습니다. 대선배여

..이거 요즘같이 윈도우에 익숙해져있는 사람들이라면 사용못하겠는걸..
이즈, 마소의 계략이 생각보다 치밀하다는 걸 깨닫다.

여하튼 고스트를 실행시키고 설명서에 있던 내용들을 기억해내 백업을 시도했다.
to image. 압축은 fast. 모든게 순조롭다. 사실 모두 영어라 잘 되고 있는지는 몰랐다
그리고 마지막 과정. 백업파일을 어디에 저장하십니까?를 묻는다.

..어? 없다.

..D드라이브가 없어.고스트의 능력은 드라이브를 숨기는건가? 모킹망토? 위스퍼? ..어..어?
혼란을 거듭해 정신을 차리고 요원X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 NTFS는 백업불가능인가?"

"어.. 그건 노턴 2003에서부터 될거예요"

...음

...주전자에 들은 물이 뜨거운 줄 알았다면 마시지 않았을텐데..

다행이 고스트를 추천해준 여친님께서 고스트 2003을 가지고 계셨다. XP에서도 돌아간다고 하니 안심이다.

그녀에게서 2003시디를 받았다. 다시 한번 경악

도스용 고스트 = 650 K
윈도우 고스트 = 105 M

음. 정보처리류를 공부하는 자라면 1M = 1024KB 를 알고 계시리라.
..그러니까 어떻게 하면 똑같은 프로그램인데 용량이 저렇게까지 불어날수 있지 llorz
아무리 윈도우 플랫폼이라지만 이건 대단해.

용량이야 어찌되었건 여친덕분에 무사히 하드백업에 성공했다. 최적화된 시스템을 압축한 용량은 대략 1.7GB. 타블렛프로그램은 백업바로전까지 오류를 내더니 복구테스트에서도 오류를 냈고, 실수로 비워놓지 않은 휴지통도 복구된채 그대로다.

고스트의 존재를 알려주고, 시디를 대여해준 여친에게 감사.이런 편리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준 노턴사에게 원츄. 귀차니즘을 극복하고 백업을 무사히 마친 나 자신에게 브라보!

창밖엔 비가 오고 있다. 궂은 날씨지만, 좀 있다가 KIN제이보고서 시사회에 간다. 영화가 문명의 소산이라면, 네타바레는 현대인의 소양이지. 기대하시라.

자, 그럼 외출준비하러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