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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개발 이야기/GreatMage

시원하게 망한 게임.

by IX. 2012/08/08 17:00:00

저희 L사장이 이 이야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뭐 망한건 망한거니까[...] 


타이틀음악만큼은 웅장했던


79명. 현재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각, 그레이트메이지 게임센터에 등록되어 있는 유저의 수입니다.

100명이 넘지 않죠. 유료게임인 것을 감안해도 엄청 적은 숫자입니다. 불법복제 다운로더들에게조차 외면당했습니다!

무엇이 이 게임을 실패하게 만들었을까... 돌이켜보면 많은 실수가 있었습니다. 


커다란 기대


이 게임을 런칭하기 한달 전, 넥스트플로어는 처음으로 1 Minute RPG를 앱스토어 선보였고 그 결과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 무려 500개정도를 팔았습니다! ) 저희는 그렇게 시작했고, 다음 게임은 더 많이 팔릴거라 생각했죠.첫작을 개발하는 2주동안 기술력도 많이 쌓았고, 삽질도 적어졌습니다. 아직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이야기하긴 힘들어도, 게임을 이러저렇게 만들어야겠다.라는 방향키는 확실히 잡은 항해를 하고 있었죠.


저희가 이 게임의 판매목표를 얼마로 잡았는지 이야기해드리죠. 무려 5만입니다!!

첫작을 홍보도 전혀 없이, 500개를 팔았는데 적극적으로 웹진에 홍보를 하면 그정도는 문제 없을거야. 싶었죠

거만했죠. 우리는 매우 들떠있었고, 자만심에 젖어있었습니다.


조금 급히 마무리한 감은 있었습니다. 기획한 내용중 상당수가 다음 업데이트 패치로 미루어졌죠. 

하지만 잘 만든 게임이었습니다. 게임을 처음하는 사람도 쉽게 할 수 있고, 앵그리버드처럼 블럭이 단단하지도 않았죠. 시원시원한 맛이 있는 좋은 게임이었습니다. 적어도 저희는 그렇게 생각했죠!


리젝트 (애플쪽에서 게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어 앱스토어 등록을 거부하는 일 ) 없이 한방에 통과되었습니다. 좋은 징조였습니다.





커다란 실망


저희는 여기저기 웹진에 '저희게임의 리딤코드를 보낼테니 기사를 써주세요!'라는 메일을 보냈지만 거의 답이 없었죠. 몇군데 소개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눈에 띄지 않았고, 그레이트메이지는 발매한지 하루만에 판매곡선이 하향세로 꺾였습니다. 그것도 아주 급격하게 말이죠.


공식 통계로는 한국게임순위 645위가 최고기록입니다. 세상에! 아이튠즈에선 확인조차 할 수 없는 숫자입니다!

한참 아래죠! 롤플레잉 순위 끝자락에 간신이 턱걸이를 했었습니다. (160위정도)

하지만 그조차  200위밖으로 밀려나 그 순위조차 유지하는 것이 매우 힘든 것임을 깨달은 후엔 '우린 실패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인이 뭐였을까


당시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 보이기 시작합니다.

장점이든 단점이든 분석은 늘 도움이 됩니다. 같은 실수를 피할 수 있게 해주니까요.

지금와서 생각하는 이 프로젝트의 문제점은 이런 것들이었던것 같습니다. 


1. L사장에게 작업이 지나치게 몰려있었고,

2. 논쟁에 소극적이었으며

3. 스크린샷은 이목을 끌기엔 매우 부족했고

4. 너무 유명하고 오래된 게임을 배꼈으며

5. 초심자의 행운을 우리의 실력이라고 믿었습니다.


L사장에게 작업이 지나치게 몰려있던 건 피해야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맡고 있다면 적어도 3~4일은 휴식시간을 갖고 발매를 미뤘어야 했죠.

당사자가 본인의 생활 대비 작업점유율이 90%인것을 모른다면 주변에서라도 이 폭주를 막아야 했습니다.


작업자는 늘 30%정도의 버퍼(여유시간)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일을 능률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실수를 하지 않습니다. 건강도 챙길 수 있고요.

게임제작이 단거리 경주라고 생각하는 이는 없지만, 실제로는 많은 개발자가 전력질주로 결승점까지 갈 수 있다고 생각하죠.아닙니다. 그러다 입돌아갑니다. 


나머지 이유에서 대해서도 할 말이 많습니다만, 글이 너무 길어지는 걸 원치 않기 때문에 분량조절을 해야겠군요.

원하시는 분이 있다면 더 풀어쓰겠습니다. 이것만으로도 한 페이지를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무거운 내용을 써내려왔지만,.... 그레이트 메이지를 런칭한 이후, 사실 저희 팀분위기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니, 어떤 면에선 오히려 더 활발해졌습니다! 이 실패로 인해 결속력이 더 강해졌죠.

오히려 전 그레이트 메이지가 실패해서 다행이라고.. 아니, 그래도 그건 아니지...


이 게임이후의 저희행보도 그닥 성공적이라곤 말할 수 없겠습니다만[...] 적어도 확고한 믿음은 생겼습니다. 

이 끈을 놓지만 않으면 언젠간 빛을 보겠구나.하는 오글거리는 믿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