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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10/12

by IX. 2009/10/12 20:51:32


어제 충동구매했던 책. 사실 이 책을 처음본 건 꽤 된 일입니다. 한참 주식서적코너를 들쑤시다가 다들 똑같은말만 내뱉고 있는 것에 질려, 컴퓨터서적 코너를 서성이다 발견했던 것이 이 책과의 첫만남이었습니다.
(결국 그 날 주식서적은 하나도 사지 않았죠!)

이 책의 첫마디가 뭔지 아시나요. 정확하지는 않지만,
'요즘 소프트웨어는 개떡같습니다. 별달리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입니다.

ㅋㅋㅋㅋㅋㅋ 처음부터 이런 공격적인 어투로 시작하는 이 책은 매우 웃깁니다. 저자는 유머감각이
아주 뛰어난 사람입니다. 첫단원부터가 마이크로소프트를 까는 내용인데, 구절구절마다 매우매우매우 공감이 가는 내용이예요

예를 들면 휴지통에 파일을 버리는데, '예','아니오'를 물어봅니다. 이미 우리에겐 습관화되어 있는 행동이지만, 사실 파일을 선택하고 del을 누르는 순간부터 우리는 그 파일을 휴지통에 버리려고 작정을 한 상태라는 겁니다. 사용자의 실수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곤 해도, 휴지통이라는 것 자체가 이미 실수를 돌릴 수 있는 시스템이니 제가 생각해봐도 매우 불필요하다는 걸 금새 깨달을 수 있었죠. (과거 휴지통이 없던 DOS시절엔 파일을 살릴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파일하나정도를 지우는 건 물어보지도 않았습니다. undelete를 믿느니, 아직도 2천원을 갚지 않은 빌어먹을 친구를 믿는게 나았죠! )

근데 사실 휴지통같은건 그닥 번잡스러운 일은 아니죠. 그것은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지만 책을 좀 더 읽다보면'알수 없는 오류가 발생했습니다'라는 메세지만 띄우며 뻗는 프로그램에 대해 매우 신랄한 비판을 늘어놓습니다.

제가 최근에 나온 미연시를 받았는데 그게 인스톨 99%에서 이유모를 뻑이 나는겁니다. 악! 미치는 거죠!! 용량이 부족한가? 사양이 딸리나? 그런건 상관없어! 난 유리코와 지금 당장 공원에 가고 싶단 말이야!! 하며 소심하게 모니터대신 마우스를 던져버립니다. 바로 이런 소프트웨어를 만든 사람은 신랄한 비판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거죠. 사실 전 미연시를 하지 않습니다만, 말하자면 그렇다는 거죠. 정말이라니까요.[...]

정말 간만에 재미있는 책을 골랐구나.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프로그래머는 이 책을 읽으면 안됩니다. 이 책은 문제를 제기하고 그에 맞는 해결책을 제공하는 전문서적이 아니고, 저자의 불평불만을 늘어놓은 수필에 가깝기 때문이지요. 아무 해결책도 제시해주지 않습니다. 읽는내내 매우 불쾌할겁니다.괜찮아요. 전 프로그래머가 아니니까 맘껏 읽겠습니다. 아직 다 못읽었거든요[...]

그렇다고 화장실한켠에 두고 여러사람에 의해 읽히는, 오래된 만화책과 같은 책으로 생각하기엔 많은 교훈을 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게임이나 툴을 설계할 때 사용자인터페이스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게 만드는군요.(방금까지 프로그래머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프로그래머만 설계를 하는 건 아니니까요) 지금까지 제 생각이 일사천리 늘 옳았던적은 없었고, 여러사람에 의해 제대로 된 방향을 잡아갔던걸 생각하면, 일관된 고집이 얼마나 개발 효율성을 떨어뜨리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듭니다. '내가 편하면 남들도 편할거야' 라는 생각은 당장 버리라는 게 이 책의 주된 내용이죠.

좋은 책입니다. 단지, 비쌉니다. 컬러라곤 표지뿐인데, 왜 14000원이나 하는겁니까!!!